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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칼럼 - '행복도시' 세종시의 이상과 현실 / 김영욱

관리자 2019.01.08 16:11 조회 390

[한겨례] 2019.1.8일 칼럼 - '행복도시' 세종시의 이상과 현실 / 김영욱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7509.html



'이상 도시' 만들기


이상적인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철학자, 사회학자, 건축가들이 다양한 모습의 이상도시를 주장하였다. 선형으로 된 일자 모양의 도시와 원형의 환상형 도시는 형태적으로 매우 다르다. 그러나 두 도시는 공통적으로 사람들 간의 평등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위계가 없는 도시 공간을 주장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는 열악한 공간에 집단적으로 거주하였다. 노동자들의 권익과 쾌적한 주거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일터와 공원으로의 평등한 접근권은 신도시의 핵심 개념이었다. 밀류틴(1929)은 일자의 선형을 따라 주거지에서부터 일터, 공원을 똑같은 거리에 일렬로 배치하는 개념을 고안하였다. 영국의 하워드(1898)는 전원도시를 주장하며 선형 도시를 원처럼 둥글게 만든 환상형 도시를 제안하였다. 원의 중심을 기준으로 원형을 따라 소도시를 배치하여 평등하고 위계가 없는 도시를 주장하였다.


세종시는 '행복도시'인가


세종시는 노무현 정부의 시대정신을 배경으로 탄생한 도시이다.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를 지향하며 평등하고 위계가 없는 도시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세종시는 선형 도시와 환상형 전원도시의 장점을 결합한 도시다. 도시의 중심부를 공원으로 하고 원형을 따라 생활권을 두어 평등한 도시 공간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도시의 개념이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 중심부에는 비싼 주거와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다. 6개의 생활권에서 중심부의 공원으로의 접근성이 같지 않다. 제1생활권은 지나치게 비대해져 세종시에서 가장 위계가 높은 도시의 중심이 되었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를 지향하며 환상형을 따라서 간선급행버스(BRT) 도로를 건설하였다. 대중교통이 다니는 길은 도시를 통합해야 하는데 오히려 도시를 단절하고 있다. 애초 세종시 마스터플랜 당선작에서 나타난 활기찬 동네의 길과 상권이 살아 있는 걷기 좋은 도시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시민 행복' 보다 '사업성'이 앞선 도시


위계가 없고 평등한 도시의 개념이 구현되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의 논리와 과거의 관행적인 도시계획이다. 대형 블록 위주로 땅을 공급하고 지가를 비싸게 책정하였다. 다양한 선택이 있는 도로망보다는 시민의 일상생활을 분리하는 넓은 차로가 들어서고 길거리를 따라서는 아파트가 즐비하다. 대중교통과 보행 중심의 도시를 표방하였지만 걸어다니기 불편하고 걷는 재미가 없는 도시다.

지나치게 넓은 보도, 큰 녹지, 큰 건물도 문제다. 사람들은 크고 넓은 공간보다는 적당한 가로의 폭과 건물의 높이로 만들어진 ‘휴먼 스케일’의 공간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명품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명품 건물’이 많으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전체적인 조화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서로 잘났다고 뽐내는 웅장한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큰 집을 사고 명품으로 집 안을 가득 채운다고 가족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3기 신도시'에 바란다


정부에서 3기 새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넓은 보도, 풍부한 녹지, 첨단 스마트 기술로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호성 얘기가 벌써 들린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 공간은 적절한 밀도와 혼잡함이 필요하다. 의도된 시민들의 커뮤니티보다는 타인들 간의 조우―우연한 마주침―를 만들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마주침 속에서 사회를 지탱하는 ‘공동선’이 만들어진다.

공동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동네나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어려운 일이 생긴 어린이를 도와주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십시일반 서로 도와주는 것이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윤리인 공동선이다. 선진국의 많은 동네는 아직 이러한 일상을 살고 있다. 요란한 신도시, 미래도시의 구호보다는 이웃들과의 따뜻한 일상이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도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우리가 더 안전하고 행복하다